이제, 축구교실 셔틀에도 “동승보호자”가 필요합니다

최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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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F서울 대표이사

지금 자녀가 다니는 학원엔, 셔틀 동승보호자가 있나요?

벌써 10년 가까이 된 사고였습니다.

모 어린이집 아이가 셔틀버스에서 내린 뒤, 후진하는 그 차량에 참변을 당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셔틀버스(어린이통학차량)에 대한 안전 문제가 대두되었고,

어린이통학차량에 대한 각종 안전 수칙을 담아 도로교통법이 개정 될 수 있었습니다.

이 개정안은 비극을 맞은 아이의 이름을 따서 ‘세림이법’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어린이통학차량 운영 시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규정이 있지만,

반드시 보호자가 함께 동승하여 안전띠 점검 및 승/하차를 돕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세림이법의 사각지대, 축구교실

2019년 또 다른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축구교실에서 하원하던 차량에서 일어난 사고로, 탑승한 2명의 어린이가 안타깝게 희생된 것입니다.

조사 과정에서 차량 운전자의 신호위반과 과속이 원인으로 밝혀졌는데, 피해가 컸던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셔틀버스 동승 보호자의 부재

학부모는 아이들이 타는 차량이 노란색의 어린이 통학버스라 안전할 거라고 믿었지만 아니었습니다.

세림이법으로 인해 체육시설의 어린이통학차량에 보호자가 동승해 안전을 확인해야 하지만

축구교실은 예외였습니다.

법에서 정의한 체육시설에 태권도 등 무술 업종만 포함되고 축구교실은 빠져있었던 겁니다.

사각지대가 있었던 것이죠.

실질적으로 같은 학원업이고, 세림이법이 많이 알려진 법인데도

축구교실에서는 도대체 왜 동승자를 태우지 않고 통학차량을 운영을 했던 걸까요?

결국 비용 때문입니다.

동승자를 태우기 위해서는 코치 외에 차량에 탈 사람이 한 명 더 필요합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동승자 없이 통학버스를 운영했던 거죠.

결국 이 사건으로 어린이통학차량에 대한 또 다른 개정 법안이 발의 되었고,

2020년 11월 부터 축구교실을 비롯한 모든 어린이통학차량에 동승자 탑승이 의무화 되었습니다.

이 개정안 역시 비극을 맞이한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태호, 유찬이법’ 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지금 축구교실엔 동승보호자가 탑승할까?

최근(2022년 1월) 저희 직원이 거주하는 동네의 축구교실 몇 곳에 문의를 넣어 봤습니다.

차량에 동승보호자가 탑승하는지.

총 6곳 중에 5곳의 축구교실에서는 여전히 동승보호자 없이 차량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오직 1곳 만이 동승 보호자를 태우고 운영하고 있었죠.

수화기 너머로 그런걸 왜 궁금해 하냐는 학원 담당자의 표정이 아른거렸습니다.

축구보다, 돈보다 중요한 통학안전

저도 “경영자” 입장에서 동승보호자 없이 셔틀을 운행하는 학원의 속 사정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동승보호자도 사업장의 근로자고, 경영자로서 이 사람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영업 이익을 줄이면서 장사를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요.

하지만,

아이를 둔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지만,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는 곳에는 아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축구교실을 운영하면서, 한 가지 만은 꼭 지키자고 다짐했습니다.

‘동승보호자 없이는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말자.’

저희는 하나의 수업을 2명의 코치가 코칭합니다. 교육적 이유 때문에요.

덕분에 다른 곳에 비해 인건비가 1.5배 이상 듭니다.

하지만 교육의 질과 통학 안전을 함께 확보 하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덕분에 별도의 동승보호자를 채용하지 않아도 셔틀 운행이 가능합니다.

매 셔틀 운행 시 코치님 한 분이 운전을 하고, 다른 코치님이 동승자 역할을 하면 되니까요.

종종 코치님이 차량 운행하는게 어려우면 제가 직접 운전자나 동승자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최선을 다해도 모자라지 않은

물론, 모든 안전 법규를 지키는 것이 모든 사고를 막을 수는 없겠죠.

내가 노력해도 다른 사람의 실수로 일어나는게 사고니까요.

하지만

사회가 정한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다하는 것과,

“설마 안전 사고가 일어나겠어?” 라고 생각하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기만 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태호, 유찬이의 사고도

만약 동승 보호자가 있었다면, 그 덕분에 기적이 생겼을 수도 있는거니까요.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생명을

조금의 돈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0.001% 확률로 구할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게 있을까요.

다른 축구교실도 어린이통학차량에 동승보호자가 탑승하는게 당연한 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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